왼쪽부터 이진혁 석박통합과정생, 엄소영 연구교수, 정광섭 고려대 교수. 한국연구재단 제공 


열화상 카메라와 체온 감지에 쓰이는 적외선 센서는 지금까지 수은 같은 독성 물질 없이는 만들기 어려웠다. 국내 연구팀이 인체에 무해한 소재만으로 중파장 적외선을 감지하는 센서를 세계 최초로 개발해 의료·환경 분야 적용 가능성을 열었다.


한국연구재단은 정광섭 고려대 화학과 교수 연구팀이 독성이 없는 텔루륨화은 양자점을 활용해 중파장 적외선 전 대역을 검출하는 광검출 소자를 개발했다고 21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4일(현지시간) 게재됐다.


중파장 적외선은 열화상 카메라, 의료용 체온 감지, 대기 중 가스 분석 등에 핵심적으로 쓰이는 빛의 영역이다. 현재 쓰이는 센서는 대부분 수은이나 납 같은 독성 물질을 포함하고 있어 인체에 직접 닿는 의료 기기나 바이오 분야에 적용하기 어렵다. 제작에도 값비싼 진공 장비가 필요해 대량 생산의 걸림돌이 된다.


대안으로 양자점이 주목받는다. 양자점은 나노미터(nm, 10억분의 1미터) 크기의 반도체 알갱이로 크기가 클수록 더 긴 파장의 빛을 감지할 수 있어 원하는 파장대를 골라 검출하는 데 유리하다. 독성이 없는 텔루륨화은으로 양자점을 만드는 연구도 있지만 기존 방법으로는 알갱이를 일정 크기 이상 키울 수 없어 중파장 적외선을 잡아내기에는 역부족이다.


연구팀은 '후성장 공정'이라는 새로운 방법을 고안했다. 먼저 130도의 낮은 온도에서 작은 텔루륨화은 알갱이를 씨앗처럼 만든 뒤 180도로 온도를 높이면서 재료를 더 넣어 알갱이를 키우는 방식이다. 반응 시간을 2~6시간 사이로 조절하는 것만으로 입자 크기를 정밀하게 바꿀 수 있어 감지 파장을 원하는 대로 설정할 수 있다. 기존 합성법으로는 6nm가 한계였던 입자 크기를 10.1nm까지 키우는 데 성공했다.


텔루륨화은 양자점의 후성장 과정과 결과. 위쪽 모식도는 작은 양자점 알갱이를 씨앗으로 삼아 180도에서 재료를 추가해 더 크게 키우는 과정을 보여준다. 아래쪽 전자현미경 사진과 그래프를 보면 알갱이 크기가 약 6.4nm에서 10.1nm로 커지면서 감지할 수 있는 빛의 파장이 단파장 적외선에서 중파장 적외선으로 넓어졌다. 반응 시간을 2시간에서 6시간 사이로 조절하는 것만으로 감지 파장을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다. 정광섭 교수 제공 


만든 소자는 37도와 40도의 미세한 체온 차이를 명확하게 구별해냈다. 정상 체온과 발열 여부를 정밀하게 판단할 수 있는 수준이다. 빛에 반응하는 속도도 523나노초(10억분의 1초)로 독성 없는 중파장 적외선 소자 가운데 세계에서 가장 빠른 기록이다. 열화상 촬영 실험에서도 물체의 형상을 선명하게 재현했다.


새로운 소자는 양자점을 액체 상태로 기판 위에 바르는 방식으로 만들 수 있어 값비싼 진공 장비가 필요 없다. 제조 비용을 크게 낮추면서 대면적 생산도 가능해 실용화에 유리하다.


정광섭 교수는 "친환경 소재로 독성 문제 없이 중파장 적외선 검출이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했다"며 "의료용 발열 감시 시스템, 대기 오염 가스 탐지 등 실생활과 밀착된 분야의 실용화를 앞당길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참고> doi: 10.1016/j.nantod.2026.103020 


출처 : https://www.dongascience.com/ko/news/77490